같은 5G인데 왜 밴드마다 들어가는 부품이 다를까 — 자리가 등급을 정한다 (RF 개발자가 설명합니다)

앞 글에서 폰 설계는 정해진 값과 정해진 자리 안에서 무엇을 고를지 정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실제로는 무엇을 보고 고를까요.

스펙표에는 “5G 지원”이라고 한 줄로 적힙니다. 그런데 그 한 줄 뒤에서는 밴드마다 들어가는 부품이 다릅니다. 어떤 밴드는 부품이 더 들어가고, 어떤 자리에는 더 비싼 등급이 들어갑니다. 왜 그런지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 “지원하는 밴드는 다 똑같이 지원된다”

밴드마다 드는 부품이 다릅니다. 신호를 나누는 방식부터 다르거든요. 그래서 “몇 개 밴드 지원”이라는 숫자 뒤에는 밴드마다 다른 사정이 숨어 있습니다.

❌ “부품 이름이 같으면 같은 부품이다”

같은 이름의 스위치라도 어느 자리에 쓰이느냐에 따라 다른 물건입니다. 이름은 “길이 몇 갈래로 갈리느냐”를 말해줄 뿐, 그 길에 얼마나 큰 힘이 지나가느냐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 “좋은 부품 하나 쓰면 다 해결된다”

모든 자리에 가장 좋은 것을 넣으면 성능은 좋아집니다. 대신 값이 오르고 자리도 더 먹습니다. 게다가 필요 없는 자리에 넣은 성능은 그냥 버려집니다. 작은 신호만 지나가는 길목에 큰 힘을 견디는 부품을 넣어봐야 쓸 일이 없으니까요.

FDD와 TDD — 나누는 방법이 다르다

FDD는 듀플렉서가 주파수로 갈라 보내는 길과 받는 길이 늘 함께 열려 있는 반면, TDD는 스위치가 시간으로 갈라 한 길을 번갈아 쓰기 때문에 지금 열린 쪽과 닫힌 쪽이 계속 바뀐다는 것을 비교한 개념도
FDD는 주파수로 나눠 두 길이 늘 열려 있고, TDD는 시간으로 나눠 한 길을 번갈아 쓴다.

폰은 보내는 일과 받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둘을 갈라놓는 방법이 두 가지입니다.

주파수로 나누는 방식(FDD). 보내는 주파수와 받는 주파수를 아예 다르게 잡습니다. 그러면 듀플렉서가 주파수를 기준으로 두 길을 갈라줍니다. 두 길은 늘 함께 열려 있습니다.

시간으로 나누는 방식(TDD). 주파수는 하나를 같이 쓰고, 시간을 잘게 쪼개 지금은 보내고 다음 순간엔 받습니다. 주파수가 같으니 주파수로는 갈라낼 수가 없습니다. 그럼 누가 갈라줄까요. 스위치입니다. 보낼 때는 보내는 쪽으로, 받을 때는 받는 쪽으로 길을 바꿔줍니다.

여기서 차이가 생깁니다. 같은 “5G 밴드”라도 어느 방식이냐에 따라 그 자리에 필요한 부품이 달라집니다. 스펙표의 한 줄로는 절대 안 보이는 부분이죠.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TDD 스위치의 부담은 두 겹이다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TDD에서 이 스위치가 하는 일을 뜯어보면 부담이 두 겹입니다.

첫째, 큰 힘을 견뎌야 합니다. 보낼 때 이 길목으로 PA가 밀어낸 신호가 그대로 지나갑니다. 폰이 낼 수 있는 최대 출력이 이 자리를 통과한다는 뜻입니다.

둘째, 그걸 빠르게 오가야 합니다. 시간을 쪼개 쓰니 보내기와 받기를 쉴 새 없이 전환합니다. 그리고 그 전환이 신호를 흐트러뜨리면 안 됩니다. 스위치도 센 신호에 완전히 정직하지는 않아서, 큰 힘을 다루면서 없던 주파수를 만들어내면 곤란해집니다.

듀플렉서에는 이 두 번째 부담이 없습니다. 주파수로 갈라두면 그 상태로 계속이니까요. 갈라놓는 일을 한 번 해두면 끝입니다. 반면 TDD 스위치는 큰 힘을 받으면서 계속 움직이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같은 스위치라도 이 자리에 들어가는 것은 더 높은 등급이 됩니다. 그리고 등급이 올라가면 값도 올라갑니다.

같은 이름, 다른 물건

같은 이름의 스위치라도 보내는 길목에 들어가면 큰 힘이 지나가므로 높은 등급이 필요하고 받는 길목에 들어가면 작은 신호만 지나므로 낮은 등급으로 충분해서, 자리마다 등급을 나눠 넣게 되고 여기서 원가가 갈린다는 것을 나타낸 개념도
같은 이름의 부품도 자리가 다르면 다른 물건이 된다. 여기서 원가가 갈린다.

스위치를 고를 때 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길이 몇 갈래로 갈리느냐입니다. 두 갈래면 되는 자리가 있고, 네 갈래가 필요한 자리도 있습니다. 여러 개로 나눠 받는 방식까지 감당하려면 갈래가 더 늘어나고요.

다른 하나는 얼마나 큰 힘을 견디느냐입니다. 그리고 값을 크게 가르는 쪽은 이쪽입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똑같이 “두 갈래로 갈라주는 스위치”인데, 보내는 길목에 들어가는 것과 받는 길목에 들어가는 것이 서로 다른 부품입니다. 보내는 쪽은 폰의 최대 출력이 지나가니 큰 힘을 견뎌야 하고, 받는 쪽은 안테나가 주워온 아주 작은 신호만 지나가니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 부담이 큰 자리가 안테나 바로 근처의 갈림목입니다. 여기는 모든 신호가 반드시 지나가는 길이라, 큰 힘을 견디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신호를 흐트러뜨리지 않아야 하고, 지나갈 때 깎아먹지도 않아야 합니다. 세 가지를 한꺼번에 요구받는 자리라 등급이 가장 높습니다.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여기가 실제로 원가가 갈리는 지점이다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이제 앞 글의 두 벽과 이어집니다.

모든 자리에 높은 등급을 넣으면 성능은 좋습니다. 그런데 값이 오르고, 대체로 덩치도 커져 자리까지 먹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자리에서는 그 여유를 쓸 일이 없습니다. 작은 신호만 지나는 길목에서 큰 힘을 견디는 능력은 그냥 놀고 있는 셈이니까요.

반대로 전부 낮은 등급으로 맞추면 값은 싸지지만 보내는 길목에서 무너집니다. 그 자리에서 무너지면 통화가 안 되는 폰이 되고, 그건 아낀 돈과 비교가 안 되는 손해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하는 일은 자리마다 필요한 만큼만 채워 넣는 것입니다. 큰 힘이 지나는 곳에는 견디는 부품을, 작은 신호만 지나는 곳에는 그에 맞는 부품을. 같은 성능을 내면서 값을 낮추는 일이 바로 여기서 일어납니다.

말은 쉬운데, 실제로는 어느 자리를 낮춰도 되는지 아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려면 그 자리에 실제로 얼마가 실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부품 규격표만 봐서는 안 나오고, 완제품에서 그 신호가 어떤 경로로 얼마나 세게 지나가는지를 봐야 나옵니다. 그래서 이 판단은 늘 완제품 쪽에서 내려집니다.

그래서 알아두면 좋은 것

  1. “5G 지원”은 한 줄이지만 밴드마다 사정이 다르다. 나누는 방식이 다르면 들어가는 부품도 다릅니다. 같은 지원이라도 안에서 든 품이 다릅니다.
  2. 지원 밴드 수보다 내가 쓰는 밴드가 들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숫자가 커도 내가 다니는 곳에서 쓰는 밴드가 빠져 있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3. 부품 이름이 같아도 같은 부품이 아니다. 스펙 비교 글에서 부품 이름만 나열한 것을 보면, 그게 어느 자리에 쓰였는지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4. 원가를 아꼈다는 게 늘 성능을 깎았다는 뜻은 아니다. 안 쓰는 여유를 덜어낸 것과 필요한 곳을 깎은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앞쪽은 잘한 설계고, 뒤쪽이 문제입니다.

정리하면

같은 “5G 지원”이라도 밴드마다 들어가는 부품이 다른 이유는, 보내는 일과 받는 일을 갈라놓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주파수로 나누면 듀플렉서가 갈라주고 두 길이 늘 열려 있습니다. 시간으로 나누면 스위치가 한 길을 번갈아 씁니다.

그리고 그 스위치는 큰 힘을 견디면서 쉴 새 없이 오가야 하는 자리라 등급이 올라갑니다. 이렇게 자리가 등급을 정하고, 등급이 값을 정합니다. 같은 이름의 부품이라도 보내는 길목에 들어가는 것과 받는 길목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물건입니다.

그래서 원가를 맞추는 일은 싼 부품을 찾는 일이 아니라, 자리마다 필요한 만큼을 정확히 아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건 부품 규격표가 아니라 완제품에서 그 자리에 얼마가 실리는지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부품을 한 덩어리로 합치는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합치면 자리도 줄고 손실도 주는데, 왜 전부 합쳐버리지 않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궁금한 통신 현상이 있으시면 문의 페이지로 보내주세요. 좋은 질문은 그대로 다음 글이 됩니다.


글쓴이 | 전파쟁이
스마트폰의 RF 프론트엔드(RFFE)를 12년째 설계하고 있습니다. 안테나 뒤에 붙는 필터·PA·LNA 같은 부품을 고르고 회로를 설계해서, 부품과 모듈이 합쳐진 완성된 폰 상태에서 실제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블로그는 소속 회사와 무관한 개인 공간이며, 3GPP 공개 표준과 직접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씁니다. 블로그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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