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신호를 살려내는 부품, LNA — 왜 키우는 것만으로는 안 될까 (RF 개발자가 설명합니다)

신호 막대 한 칸. 화면 맨 위 안테나 표시가 겨우 하나 떠 있는 상태에서도 통화가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 폰이 실제로 받고 있는 신호는 상상 이상으로 약합니다.

지도 글에서 봤듯, 폰이 내보내는 신호와 받아야 하는 신호의 차이는 2조 배에 이릅니다. 그렇게 약해진 신호를 어떻게 알아듣는 걸까요.

답은 간단해 보입니다. 키우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 “많이 키우면 잘 들린다”

키우면 잡음도 같이 커집니다. 신호만 골라서 키우는 방법은 없습니다. 볼륨을 올리면 음악도 커지지만 지직거리는 소리도 같이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 “증폭기를 여러 개 달면 감도가 좋아진다”

여러 개 달아도 맨 앞에 있는 하나가 대부분을 결정합니다. 뒤에서 아무리 좋은 부품을 써도 앞에서 망친 것은 되돌아오지 않습니다. 이 글의 핵심입니다.

❌ “안테나만 좋으면 잘 받는다”

안테나가 아무리 잘 받아도 거기서 증폭기까지 오는 짧은 구간에서 까먹으면 그만입니다. 그 구간이 폰의 수신 실력을 정합니다.

중요한 건 세기가 아니라 비율입니다

세상에는 잡음이 늘 깔려 있습니다. 전자 부품은 온도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아주 작은 잡음을 만들어냅니다. 완전한 고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받은 신호가 들리느냐 마느냐는 신호가 얼마나 센가가 아니라 신호가 잡음보다 얼마나 큰가로 정해집니다.

신호와 잡음의 크기를 비교한 막대그래프 세 쌍. 받은 그대로일 때와 10배로 키웠을 때는 신호 대 잡음 비율이 5대 1로 같고, 앞에서 신호가 깎인 뒤 10배로 키운 경우에는 비율이 2대 1로 나빠져 신호가 묻힌다
세기를 키워도 비율은 그대로다. 한번 나빠진 비율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가운데를 보시면, 10배로 키웠는데도 비율은 그대로입니다. 신호도 잡음도 같이 커졌으니까요. 세기만 달라졌을 뿐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른쪽이 문제입니다. 키우기 전에 신호가 깎였습니다. 그 상태로 키우면 나빠진 비율 그대로 커집니다. 흐려진 사진을 확대해봐야 흐린 채로 커지는 것과 같습니다.

여기서 LNA가 등장합니다. Low Noise Amplifier, 우리말로 저잡음 증폭기입니다. 이름에 답이 들어 있습니다. 그냥 키우는 게 아니라 자기가 만드는 잡음을 최대한 적게 하면서 키우는 부품입니다.

증폭기는 넣어준 신호와 잡음을 키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기 몫의 잡음을 조금 더 얹습니다. 그 얹는 양이 적을수록 좋은 증폭기이고, 그 정도를 나타내는 값이 잡음지수입니다.

왜 안테나 바로 뒤가 중요한가

안테나에서 듀플렉서와 필터를 거쳐 LNA로 이어지고 그 뒤로 다른 부품들이 이어지는 경로도. LNA 앞 구간에서 1dB를 잃으면 수신 감도가 그대로 1dB 나빠지지만, LNA 뒤에서 생기는 잡음은 영향이 훨씬 작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에서 잃은 것은 그대로 남고, 뒤에서 생긴 것은 첫 증폭에 묻힌다.

신호가 안테나에 들어와서 LNA에 닿기까지 지나가는 것들이 있습니다. 듀플렉서와 필터, 그리고 기판 위의 배선입니다. 이들은 신호를 키우지 못합니다. 지나갈 때마다 조금씩 깎기만 합니다.

여기서 잃은 것은 고스란히 감도 손해로 남습니다. 이 구간에서 1dB를 잃으면 폰의 수신 감도가 그대로 1dB 나빠집니다. 신호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신호와 잡음의 비율 자체가 깎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LNA를 지난 뒤는 사정이 다릅니다. 첫 증폭에서 신호를 충분히 키워놓았으면, 뒤에서 생기는 잡음은 상대적으로 작아 보입니다. 그래서 뒷단 부품은 조금 여유를 둘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지도 글에서 말한 0.1dB 단위로 다투는 구간의 정체입니다. 안테나에서 LNA까지 몇 밀리미터를 어떻게 지나가게 할지, 부품을 몇 개나 거치게 할지가 지하 주차장에서 통화가 되느냐 마느냐로 나타납니다.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왜 첫 단이 전체를 좌우할까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부품을 줄줄이 이어놓으면 각 부품이 자기 몫의 잡음을 더합니다. 그런데 더해지는 자리가 어디냐에 따라 무게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받아쓰기를 떠올리면 쉽습니다. 첫 사람이 제대로 못 알아들은 채 옮기면, 뒤에 아무리 귀 밝은 사람이 서 있어도 이미 틀린 내용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반대로 첫 사람이 정확히 알아듣고 큰 소리로 전달하면, 뒷사람들이 조금 웅얼거려도 내용은 살아남습니다.

LNA가 하는 일이 바로 그 첫 사람 역할입니다. 그래서 LNA에는 두 가지가 동시에 요구됩니다. 자기 잡음이 적을 것, 그리고 충분히 크게 키울 것. 앞의 조건은 자기가 망치지 않기 위해서이고, 뒤의 조건은 뒤에 오는 부품들의 잡음을 덮어버리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LNA 앞에 있는 것들은 이 구조에서 가장 불리한 자리에 있습니다. 첫 사람에게 말이 닿기도 전에 이미 작아진 셈이니까요. 그래서 그 앞을 지나는 부품은 꼭 필요한 것만 두고, 배선은 짧게 뽑습니다.

듀플렉서의 삽입손실 1~2dB가 바로 이 자리에서 나갑니다. 0.1dB를 아끼려고 다투는 구간에서 한 부품이 1dB 넘게 가져갑니다. 그런데 뺄 수는 없습니다. 없으면 내 송신이 내 수신을 덮으니까요. 반드시 치러야 하는 비용을 최소로 깎는 것, 그게 부품 선정과 아트웍이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LNA도 무작정 키우지는 않습니다

PA 글에서 어느 지점을 넘으면 더 넣어도 더 나오지 않고 대신 왜곡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이건 내보내는 쪽 이야기였는데, 받는 쪽도 사정이 같습니다.

기지국 바로 아래처럼 신호가 아주 센 자리도 있고, 옆 대역에서 남의 센 신호가 밀고 들어오는 상황도 있습니다. 이때 LNA가 약한 신호에 맞춰 있는 힘껏 키우도록 되어 있으면 무너집니다. 그런데 무너지는 방식이 이고, 둘은 서로 다른 일입니다.

하나는 키우는 힘이 눌리는 것입니다. 큰 신호가 LNA를 정직하지 않은 영역까지 밀어붙이면, 키우는 정도 자체가 떨어집니다. PA 글에서 본 그 지점이 받는 쪽에도 있는 셈이죠.

다른 하나는 잡음이 올라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한 신호를 놓치는 주범은 대개 이쪽입니다. 센 신호가 정직하지 않은 소자를 지나면 원래 없던 주파수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그게 하필 내가 받아야 할 자리에 떨어지면 배경 잡음이 통째로 올라갑니다. 키우는 힘은 멀쩡한데 신호가 잡음에 묻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건 필터로 걸러낼 수도 없습니다. 밖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 소자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니까요. 앞에 아무리 좋은 필터를 세워둬도 그 뒤에서 생기는 일은 막지 못합니다.

이 글 처음에 말한 그대로입니다. 문제는 세기가 아니라 비율입니다. 앞의 것은 신호가 덜 커지는 일이고 뒤의 것은 잡음이 더 커지는 일인데, 결과는 같습니다. 비율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LNA는 상황에 따라 키우는 정도를 조절합니다. 폰은 지금 들어오는 신호가 얼마나 센지 알고 있어서, 약할 때는 최대로 키우고 셀 때는 이득을 낮춥니다. 이득을 낮추는 건 힘을 아끼려는 게 아닙니다. 센 신호가 들어와도 정직함을 잃지 않을 여유를 만들어두는 것입니다. 없던 성분을 애초에 만들지 않는 쪽이, 만들어놓고 걸러내려는 것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잘 받는 것과 안 무너지는 것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수신 쪽 설계에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당기는 두 요구가 있습니다.

하나는 아주 약한 신호까지 알아듣는 것입니다. 자기 잡음을 최대한 줄이고 크게 키워야 합니다.

다른 하나는 아주 센 신호가 들어와도 무너지지 않는 것입니다. 큰 신호가 들어왔을 때 버티려면 오히려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이 둘은 같은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잡음에 유리하게 맞추면 센 신호에 약해지고, 센 신호에 여유를 두면 약한 신호에서 손해를 봅니다. 필터 글에서 본 맞바꿈이 여기서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폰은 하나의 설정으로 고정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씁니다. 앞에서 걸러낼 수 있는 것은 필터로 걸러두고, 남은 것은 이득을 조절해서 감당합니다. 어느 상황에서 어떤 설정으로 갈지를 정하고, 그 경계에서 성능이 무너지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 실제 업무의 상당 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겪는 일로 돌아오면

  1. 신호가 약한 곳일수록 폰의 수신 설계 차이가 드러난다. 신호가 셀 때는 어떤 폰이든 잘 됩니다. 차이는 아슬아슬한 자리에서 납니다. 폰마다 신호가 다른 이유가 여기서도 이어집니다.
  2. 안테나 부근을 감싸 쥐면 받는 쪽도 손해다. 손으로 쥐면 안테나가 받는 양 자체가 줄어드는데, 그건 LNA 앞에서 잃는 손해라 그대로 감도로 남습니다.
  3. 신호 막대는 감도를 보여주지 않는다. 막대는 받은 세기만 보여줍니다. 잡음보다 얼마나 큰지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막대가 같아도 통화 품질이 다를 수 있는 이유입니다.
  4. 증폭해준다는 액세서리는 이 구조상 성립하지 않는다. 잡음을 적게 더하면서 키우는 일은 전원과 회로를 가진 부품이 안테나 바로 뒤에서 하는 일입니다. 밖에 붙이는 것으로 될 일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받는 일은 키우는 일이 아니라 비율을 지키는 일입니다. 신호와 잡음은 같이 커지기 때문에, 세기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LNA는 자기 잡음을 최대한 적게 하면서 신호를 키웁니다. 그리고 맨 앞에서 그 일을 해야 합니다. 뒤로 갈수록 영향이 줄어드는 구조라, 첫 증폭 전에 잃은 것만은 되돌릴 방법이 없습니다.

안테나에서 LNA까지의 그 짧은 구간을 두고 0.1dB 단위로 다투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리고 약한 신호에 맞춰 힘껏 키우기만 하면 센 신호에 무너지니, 어느 쪽으로 얼마나 기울일지를 또 정해야 합니다. 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 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모든 이야기의 맨 앞, 신호가 폰으로 들어오는 문을 다루겠습니다. 안테나는 왜 하필 폰 테두리에 있을까, 그리고 왜 거기 손이 닿게 되어 있을까를 설명하겠습니다.

궁금한 통신 현상이 있으시면 문의 페이지로 보내주세요. 좋은 질문은 그대로 다음 글이 됩니다.


글쓴이 | 전파쟁이
스마트폰의 RF 프론트엔드(RFFE)를 12년째 설계하고 있습니다. 안테나 뒤에 붙는 필터·PA·LNA 같은 부품을 고르고 회로를 설계해서, 부품과 모듈이 합쳐진 완성된 폰 상태에서 실제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블로그는 소속 회사와 무관한 개인 공간이며, 3GPP 공개 표준과 직접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씁니다. 블로그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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