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능만 켜면 신호가 나빠질 때 — 폰이 자기를 방해하는 걸 잡는 게 제 일입니다 (RF 개발자가 설명합니다)

이상하게 특정 조건에서만 신호가 나빠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기능을 켤 때만, 케이블을 꽂았을 때만, 특정 앱을 돌릴 때만요. 밖의 신호는 그대로인데 말이죠.

이건 폰이 자기 자신을 방해하는 현상입니다. 업계에서는 디센스(desense)라고 부릅니다. 감도(sensitivity)가 떨어진다는 뜻이죠. 그리고 이걸 찾아내 잡는 일은, 솔직히 말하면 완제품 전체를 보는 사람만 할 수 있습니다. 제가 12년째 하는 일이기도 하고요. 오늘은 이 이야기입니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 “신호 세기는 밖에서 정해진다”

밖도 중요하지만, 폰 안에서 가장 센 신호는 폰 자신이 만듭니다. 그 신호나 폰 안 다른 부품의 잡음이 내가 받으려는 약한 신호를 덮으면, 밖이 멀쩡해도 감도가 떨어집니다.

❌ “그건 통신 부품이 고장 난 거다”

부품은 멀쩡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디센스는 어느 부품이 만든 잡음이, 다른 경로를 타고, 수신 부품을 치는 식으로 일어납니다. 범인은 통신 부품이 아니라 그 옆의 무언가일 때가 많습니다.

❌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만 고친다”

디센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으로 잡습니다. 가림막을 대고 배선을 고치는 하드웨어 작업과, 부품 동작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소프트웨어 작업을 병행합니다. 한쪽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오히려 드뭅니다.

대개는 내 송신이 내 수신을 친다

폰이 내보내는 강한 송신 신호나 폰 안 다른 부품이 만든 잡음이 여러 경로를 타고 수신 부품으로 넘어가서, 밖에서 오는 약한 수신 신호를 덮어 감도를 떨어뜨리는 디센스 현상을 나타낸 개념도
강한 송신이나 내부 잡음이 수신을 덮는다. 밖이 멀쩡해도 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디센스다.

디센스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내 송신(Tx)이 내 수신(Rx)을 치는 경우입니다. 보내는 신호는 바로 옆에서 나오니 아주 세고, 받는 신호는 먼 길을 지나와 희미합니다. 그 센 송신의 찌꺼기가 희미한 수신 자리에 떨어지면, 수신이 묻혀버립니다.

꼭 통신 송신만 범인은 아닙니다. 폰 안에는 화면, 카메라, 충전 회로처럼 빠르게 껐다 켰다 하는 부품이 많고, 이들도 잡음을 냅니다. 그 잡음이 하필 어떤 수신 밴드 자리에 떨어지면, “그 부품을 켤 때만” 신호가 나빠지는 거죠. 그래서 “카메라만 켜면”, “특정 화면에서만” 같은 조건부 증상이 나타납니다.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디센스의 원인은 한 가지가 아니다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디센스가 까다로운 건, 원인이 여러 갈래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만나는 것만 꼽아도 이렇습니다.

가림막(쉴딩)이 부족할 때. 잡음을 내는 부품 위에 금속 가림막을 씌워 새어 나가는 걸 막는데, 이게 부족하면 잡음이 퍼집니다. 격리(Isolation)가 모자랄 때. 서로 갈라놓아야 할 경로가 덜 갈라져 신호가 넘어갑니다. 특정 밴드일 때만. 잡음이 하필 그 밴드 자리에 떨어지는 조합에서만 나타납니다.

더 얄궂은 것도 있습니다. 순수한 잡음이 아니라 LTE와 5G를 동시에 켜는 것 같은 특정 동작 조합에서만 튀어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공중으로 날아오는 게 아니라 케이블을 물린 상태에서 — 전원선이나 접지선을 타고 — 들어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중을 막았는데도 안 잡히는” 경우엔 전선을 타고 오는 길을 의심해야 합니다.

원인이 공중일 수도, 전선일 수도, 특정 동작 조합일 수도 있으니, 어디로 들어오는지를 먼저 가려내는 것이 절반입니다. 이걸 가리려면 부품 하나가 아니라 폰 전체를 놓고 봐야 합니다.

하드웨어로 잡고, 소프트웨어로 다듬는다

디센스를 잡을 때 하드웨어로는 가림막을 씌우고 격리를 높이고 배선을 조정하며, 소프트웨어로는 부품이 주고받는 신호의 세기와 제어선의 전류, 잡음을 잡는 부품 값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두 갈래 접근을 나타낸 개념도
디센스는 하드웨어(가림막·격리·배선)와 소프트웨어(신호 세기·전류 조정)를 병행해 잡는다.

범인을 찾으면, 두 갈래로 잡습니다.

하드웨어 쪽. 잡음원 위에 가림막(쉴딩)을 씌워 새는 걸 막고, 서로 넘어가는 경로 사이의 격리를 높이고, 배선을 다시 그려(아트웍 조정) 잡음이 수신 쪽으로 덜 가게 길을 바꿉니다. 이건 기판을 실제로 손대는 일이라, 어디에 무엇을 두고 어떻게 잇는지를 완제품 도면 전체를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 쪽. 부품을 물리적으로 안 바꾸고도 동작을 미세하게 조정해 잡음을 줄일 수 있습니다. 부품끼리 주고받는 신호의 세기를 낮추거나, 부품을 제어하는 신호선의 전류를 조정하거나, 잡음을 잡아주는 작은 부품의 값을 손보는 식입니다. 어디를 얼마나 손댈지는 제품마다 다릅니다.

중요한 건, 이 둘을 병행한다는 점입니다. 하드웨어만으로도, 소프트웨어만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양쪽을 조금씩 맞물려 최선의 지점을 찾습니다.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왜 이건 부품 회사가 못 잡나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디센스는 A 부품이 만든 잡음이, B 경로를 타고, C 수신을 치는 식으로 일어납니다. 세 곳이 다 다른 부품일 수 있죠. 그러니 자기 부품만 보는 회사는 이걸 볼 수가 없습니다. A를 만든 회사는 “내 부품은 규격을 만족한다”고 하고, C를 만든 회사도 “내 부품은 멀쩡하다”고 합니다. 둘 다 맞습니다. 그런데 한 폰에 다 넣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게다가 이 문제는 실제 완제품, 실제 배선, 실제 동작 조건에서만 재현됩니다. 부품을 따로 이상적인 조건에서 재면 안 나옵니다. 그래서 다 붙여놓은 폰을 실제로 돌려보며 범인을 좁혀가야 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넘나들며 조정해야 합니다.

이게 완제품을 총괄하는 SET RF 엔지니어의 일입니다. 부품 하나를 깊이 아는 것으로는 절대 안 보이고, 여러 블록이 동시에 동작할 때 완제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아는 사람만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블로그에서 하는 이야기의 뿌리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알아두면 좋은 것

  1. 특정 기능·조건에서만 신호가 나빠지면 디센스를 의심한다. 밖의 신호 문제가 아니라 폰이 자기를 방해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2.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미뤄두지 않는다. 디센스는 소프트웨어 조정으로도 개선됩니다. 출시 뒤 업데이트로 특정 조건의 감도가 나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3. 케이블·액세서리를 바꿔본다. 케이블을 물린 상태에서만 나빠진다면, 전선을 타고 들어오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다른 케이블에서 멀쩡하면 그쪽이 원인입니다.
  4. 재현되는 조건을 기억해두면 도움이 된다. “어떤 기능을 켤 때, 어떤 자세에서” 나빠지는지가 분명하면, 원인을 좁히기 훨씬 쉽습니다.

정리하면

특정 조건에서만 신호가 나빠지는 디센스는, 폰이 자기 자신을 방해하는 현상입니다. 대개 내 송신이 내 수신을 치거나, 폰 안 다른 부품의 잡음이 수신 밴드를 덮습니다. 원인은 가림막·격리·밴드·동작 조합, 심지어 공중이 아니라 케이블을 타고 오는 것까지 다양합니다.

그래서 잡는 방법도 하드웨어(가림막·격리·아트웍)와 소프트웨어(신호 세기·전류 조정)를 병행합니다. 이건 부품 하나를 잘 만드는 문제가 아니라, 다 붙여놓은 완제품에서 여러 블록이 동시에 동작할 때 벌어지는 일을 찾아 잡는 문제입니다. 부품 회사는 못 보고, 완제품을 총괄하는 사람만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정확히 이것이고, 이 블로그의 다른 글들도 다 여기서 뻗어 나옵니다.

다음 글부터는 이 디센스가 구체적인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례들을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무선 이어폰을 쓸 때, 통화 중 내비가 헤맬 때처럼요.

궁금한 통신 현상이 있으시면 문의 페이지로 보내주세요. 좋은 질문은 그대로 다음 글이 됩니다.


글쓴이 | 전파쟁이
스마트폰의 RF 프론트엔드(RFFE)를 12년째 설계하고 있습니다. 안테나 뒤에 붙는 필터·PA·LNA 같은 부품을 고르고 회로를 설계해서, 부품과 모듈이 합쳐진 완성된 폰 상태에서 실제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블로그는 소속 회사와 무관한 개인 공간이며, 3GPP 공개 표준과 직접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씁니다. 블로그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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