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중 스피커에서 지지직 소리가 나는 이유 — 오디오 회로가 잠깐 라디오가 될 때 (RF 개발자가 설명합니다)

통화 중에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섞입니다. 규칙적으로 따다닥 하는 소리가 들릴 때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더 잘 드러났습니다. 휴대폰을 라디오나 스피커 옆에 두면 전화가 오기 직전에 그 특유의 소리가 먼저 났습니다. 폰이 울리기 전에 스피커가 먼저 알려주는 셈이었죠.

요즘도 겪습니다. 유선 이어폰으로 통화할 때, 혹은 폰을 블루투스 스피커나 차량 오디오 옆에 두었을 때 비슷한 잡음이 섞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전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사라진 현상은 아닙니다.

이게 왜 소리가 되는지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지난 글에서 폰 안에서 가장 센 신호를 만드는 건 폰 자신이라고 했는데, 그 신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귀에 들리게 되는지를 보겠습니다.

먼저 흔한 오해부터

❌ “상대방 쪽 문제다”

상대는 멀쩡히 통화하고 있는데 나만 지지직거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소리는 통화 내용을 타고 온 것이 아닙니다. 내 폰 안에서 만들어져 내 스피커에서만 나는 소리입니다.

❌ “스피커가 고장 났다”

스피커는 받은 대로 소리를 낼 뿐입니다. 문제는 스피커에 도착하기 전, 그 앞 회로에서 벌어집니다.

❌ “전파가 그대로 소리로 들리는 것이다”

가장 그럴듯하지만 틀린 설명입니다. 폰이 쓰는 전파는 수백 MHz에서 수 GHz입니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는 대략 20Hz에서 2만Hz 사이입니다. 자릿수가 아예 다릅니다. 전파는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스피커도 그런 속도로 떨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소리가 납니다. 중간에 무언가가 바뀐다는 뜻입니다.

소리가 되기까지 세 단계

RF가 소리로 바뀌는 세 단계를 나타낸 흐름도. 첫째 RF가 오디오 회로로 실려 들어오고, 둘째 입력단이 비선형이라 세기의 출렁임만 남으며, 셋째 그 출렁임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이면 소리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다
귀에 안 들리는 것이 귀에 들리는 것으로 바뀌는 지점이 가운데에 있다.

먼저 RF가 오디오 회로 쪽으로 실려 들어옵니다. 지난 글에서 본 두 갈래, 그러니까 공중으로 튀는 길과 전원·접지를 타고 도는 길 양쪽 다 가능합니다.

여기가 핵심입니다. 오디오 증폭기의 입력단에는 반도체 소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소자는 완전히 정직하지 않습니다. 들어온 신호를 있는 그대로 키우는 게 아니라, 한쪽으로 살짝 치우쳐 반응합니다.

그 치우침 때문에 아주 빠른 진동은 걸러지고 세기의 출렁임만 남습니다. 라디오가 방송 전파를 소리로 바꿀 때 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실무에서는 이걸 두고 “오디오 앰프가 잠깐 라디오 노릇을 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남은 출렁임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오면, 그때부터는 그냥 소리입니다. 스피커는 시킨 대로 그 소리를 냅니다.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왜 증폭기가 라디오가 되나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PA 글에서 어느 지점을 넘으면 넣은 만큼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넣은 것과 나온 것이 비례하지 않는 성질을 비선형이라고 부릅니다.

그때는 이 성질이 왜곡을 만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성질이 여기서는 검파를 만듭니다. 뿌리가 하나입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어떤 소자가 플러스 방향으로는 잘 통과시키고 마이너스 방향으로는 덜 통과시킨다고 해봅시다. 위아래로 똑같이 흔들리던 신호가 이 소자를 지나면 위쪽만 남습니다. 그러면 원래 신호의 평균이 0이 아니게 됩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입니다. 원래 신호의 세기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면, 남은 평균도 따라서 커졌다 작아집니다. 빠른 진동은 사라지고 세기의 변화만 그림자처럼 남는 것입니다. 이걸 원래 신호의 포락선이라고 부릅니다.

라디오가 방송을 듣는 방식이 정확히 이겁니다. 전파 자체를 듣는 게 아니라 전파 세기의 변화를 꺼내서 듣습니다. 오디오 회로는 라디오가 될 생각이 없었지만, 비선형이라는 성질만 있으면 원리적으로 그 일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대책은 애초에 RF가 그 입력단까지 오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소자의 성질을 없앨 수는 없으니까요.

왜 하필 “지지직”일까

여기서 두 번째 질문이 생깁니다. 왜 웅웅도 아니고 도 아니고 하필 그런 소리일까요.

위쪽은 폰이 내보내는 신호로 빠르게 진동하면서 세기가 규칙적으로 출렁이는 파형이고, 아래쪽은 회로를 지난 뒤 빠른 진동은 사라지고 세기의 출렁임만 남은 파형이다. 이 출렁임이 소리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빠른 진동은 사라지고 출렁임만 남는다. 그 출렁임의 모양이 곧 소리의 성격이 된다.

답은 폰이 신호를 내보내는 방식에 있습니다.

폰은 송신을 일정한 세기로 계속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정해진 시간 구조에 맞춰 세게 나갔다가 줄었다가를 반복합니다. 그러니까 송신 신호의 세기는 규칙적으로 출렁입니다.

그 출렁임이 앞의 ②번 단계를 거쳐 그대로 소리가 됩니다. 규칙적인 출렁임은 규칙적인 소리가 됩니다. 그래서 무작위 잡음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소리로 들립니다.

예전 방식에서 특히 유명했습니다. 스피커 옆에 둔 폰이 따다닥거리던 그 소리가 대표적입니다.

그때 이 반복이 1초에 200번 남짓이었습니다. 앞에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가 20Hz에서 2만Hz라고 했는데, 200번은 그 안에 정확히 들어옵니다. 귀에 안 들리는 전파가 귀에 들리는 소리로 바뀌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후 방식들도 나름의 시간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형태는 달라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그럼 지금 내 폰 이야기일까

요즘은 예전만큼 흔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셋입니다.

하나, 송신 방식이 그때처럼 뚝뚝 끊기지 않습니다. 세기가 출렁이긴 해도 예전처럼 크고 규칙적으로 껐다 켜는 형태가 아니라 훨씬 연속적입니다. 그러니 소리로 바뀌어도 또렷한 “따다닥”보다는 낮은 잡음에 가깝고, 덜 거슬립니다.

둘, 오디오 회로가 이 문제를 알고 만들어집니다. 이 현상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어서, 앞에서 말한 입력단을 지키는 대책이 이제는 표준처럼 들어갑니다. 원인을 아는 문제는 설계에 반영됩니다.

셋, 소리가 다니는 길 자체가 짧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소리 신호가 회로 안을 길게 지나다녔는데, 지금은 그 구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검파가 일어날 자리가 그만큼 줄어든 셈입니다.

그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신호가 약한 곳에서 옛 방식으로 연결될 때, 값싼 유선 이어폰이나 주변 스피커가 그 신호를 주워 담을 때, 그리고 폰이 최대 출력으로 쏠 때는 지금도 그 소리가 돌아옵니다.

원리가 남아 있는 한, 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 다시 나타납니다. 빈도가 줄었을 뿐 물리가 바뀐 것은 아니니까요.

📐 조금 더 깊이 알고 싶다면 — 왜 어떤 자세에서 유독 심할까 👉 클릭하면 펼쳐집니다

같은 폰인데 어떤 자리, 어떤 자세에서만 심해지는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작용합니다.

하나는 출력이 올라가는 것입니다. 온도와 배터리 글에서 봤듯 폰은 신호가 약하면 더 세게 내보내서 메웁니다. 새어 나가는 양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그래서 신호가 약한 곳에서 통화 음질까지 나빠지는 일이 생깁니다. 두 증상의 원인이 하나입니다.

다른 하나는 새는 길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손으로 쥐면 안테나 주변 상황이 바뀝니다. 손이 안테나를 덮으면 폰은 출력을 더 올리고, 동시에 신호가 어느 쪽으로 얼마나 튀는지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설계할 때는 가장 나쁜 조건을 가정합니다. 신호가 약해서 출력이 최대로 올라간 상태, 손이 안테나를 덮은 상태, 그 상태에서 통화까지 하는 상황을 함께 놓고 봅니다. 따로 보면 괜찮은데 겹치면 무너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1. 쥐는 손이나 자세를 먼저 바꿔본다. 안테나를 덮고 있던 손이 풀리면 출력이 내려가고, 새어 나가는 양도 줄어듭니다. 가장 간단하고 효과가 빠른 방법입니다.
  2. 이어폰이나 스피커폰으로 바꿔본다. 소리가 지나가는 길이 달라지면 RF가 실리는 지점도 달라집니다. 나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유선 이어폰은 줄 자체가 신호를 주워 담기도 해서 더 심해질 수도 있습니다. 둘 다 시도해볼 만합니다. 무선 이어폰에는 그 줄이 없으니 이 경로 자체가 없습니다.
  3. 신호가 약한 곳이라면 자리를 옮긴다. 근본 원인이 출력이 올라간 것이라면, 신호가 잘 잡히는 자리로 옮기는 것만으로 사라집니다.
  4. 충전 중이라면 케이블을 잠깐 빼본다. 충전은 전원 쪽을 크게 흔드는 동작이라, 전원을 타고 도는 길이 더 열려 있는 상태입니다.
  5. 특정 장소나 특정 통화에서만 그렇다면 기록해둔다. 언제 어디서 생기는지가 원인을 좁히는 단서입니다. 늘 나는 것과 가끔 나는 것은 원인이 다릅니다.

정리하면

통화 중 지지직거리는 소리는 상대방 탓도, 스피커 고장도 아닙니다. 내 폰이 내보낸 전파가 내 폰의 오디오 회로 안에서 소리로 바뀐 것입니다.

전파 자체는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오디오 회로의 입력단이 완전히 정직하지 않아서, 빠른 진동은 걸러지고 세기의 출렁임만 남습니다. 그 출렁임이 사람이 들을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오면 소리가 됩니다. 라디오가 방송을 듣는 원리와 같습니다.

그래서 대책은 소자를 바꾸는 게 아니라 애초에 RF가 거기까지 가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떼어놓고, 막고, 전원을 가르고, 걸러냅니다. 지난 글에서 본 그 자리 싸움이 여기서도 벌어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또 다른 현상을 다루겠습니다. 충전하면서 통화하면 왜 더 답답해지는지, 그리고 충전 케이블이 왜 통신에 끼어드는지 설명하겠습니다.

궁금한 통신 현상이 있으시면 문의 페이지로 보내주세요. 좋은 질문은 그대로 다음 글이 됩니다.


글쓴이 | 전파쟁이
스마트폰의 RF 프론트엔드(RFFE)를 12년째 설계하고 있습니다. 안테나 뒤에 붙는 필터·PA·LNA 같은 부품을 고르고 회로를 설계해서, 부품과 모듈이 합쳐진 완성된 폰 상태에서 실제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일입니다. 이 블로그는 소속 회사와 무관한 개인 공간이며, 3GPP 공개 표준과 직접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씁니다. 블로그 소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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